보도자료
[KBS]학교폭력의 해결책은?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
2021/12/20   |   조회 :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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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학교 폭력의 해결책은?..무엇보다 '피해자 중심'

백재민 입력 2021. 12. 19. 08:01 

꼭 10년 전 (2011년 12월 20일)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승민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지내는 줄만 알았는데, 유서에는 절절한 학교 폭력 피해 고백이 담겨있었습니다.

사건은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가해자들은 처벌받았고, 여러 대책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건 이후 10년 동안 학교 폭력을 줄이기 위한 많은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그럼에도 학교 폭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학교 폭력에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학교 폭력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한 학교 폭력.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뭔지, 학교 폭력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재미삼아, 장난삼아 그랬어요.”

30대 A씨는 한 때 학교 폭력 가해자였습니다. 취재진은 어렵게 수소문해서 학폭 가해자 A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냥 그냥 눈에 거슬렸어요. 행동이라든지 말투, 이런게 거슬린거죠."

거슬리는 '그 녀석'을 한 번 두 번 괴롭혀 봅니다. 그런데 딱히 덤벼들지도 않고 슬슬 피하는 그 반응을 재밌어 하다가 세 번 네 번 반복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학교 폭력이 자신도 모르게 시작됩니다.

여기에 다른 아이들도 가해자로 하나 둘 가세합니다. 또래집단 사이에서 비뚤어진 동료애가 발휘되는 겁니다.

일이 커지면 학폭위가 열리고, 경찰이 학교를 드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뿐, 멈추지 않습니다. 가해집단 속 일부는 반성하고 폭력을 그만 두기도 하지만, 일부는 계속 합니다. '재미있다며' 그만둘 이유를 찾지 못합 니다.

A씨는 과거 일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내놓은 학교 폭력 해결책은 그가 여전히 비뚤어진 약육강식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담배 가르쳐 준 사람은 없어요. 그냥 보고 배우는거죠.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죠.

학교 폭력을 안 당하려면? 내가 이기는 수밖에 없어요. 학교 폭력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강해지는 것 뿐입니다. 한번이라도 치고받고 싸우고 나면 아무도 안 건드리니까."

■ "이런 일이 왜 내게 일어났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B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10대 초중반의 세상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괴롭히기 좋은 녀석'이란 꼬리표는 중학교를 진학해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고, 폭력은 반복됐습니다. 치유센터 위탁 교육을 마치고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지금도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학폭 피해자가 쓴 일기장 속 한 문장. 피해자의 극심한 고통이 담겨있습니다.

"학폭위가 열렸다고 해서 다시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게 아니니까. 반 친구들과 더 어색해지고 투명인간 취급받고. 결국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야 하죠."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해결책도 없습니다. 계속되는 질문과 고민 속에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여러 번 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고정관념들,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B군은 다시 서기가 너무나 힘이 듭니다.

■ “제도를 만들었지만, 점검하는 시스템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동원 해맑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학폭 피해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큰 아이들, 최선을 다해 피해 학생의 마음을 돌보고 있긴 한데 근본적인 해결이 됐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교육청, 교육당국 그런 곳에선 많은 지원을 하고 있고 변화를 보였다고 하는데 학생들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학폭 피해 학생들을 상담하는 이동원 팀장. 현실의 학폭 대책에 대해 아쉬움이 큽니다.

특히 피해 학생들을 다시 학교에 안착시키기 위해 학교와 교육 당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제 센터에서 회복됐던 피해 학생이, 학교로 되돌아간 뒤 다시 상태가 나빠지거나 학교를 아예 떠나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그럴때마다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피해 학생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피해 회복을 위한 시설도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사후 점검하는 시스템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 “피해자가 온전히 바로 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임지영 교사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주 시간을 내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임 교사는 10년 전 아들을 잃은, 故 권승민 군의 어머니입니다.

임 교사는 10년 동안 자신만의 방법으로 학교 폭력 문제와 맞서고 있는 겁니다.

故 권승민 군의 어머니 임지영 씨

"피해자가 온전히 바로 서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정책이나 대책 그 중심에 피해자가 있으면 좋겠어요."

많은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학교 폭력 문제에 있어 피해자는 뒷전이라는 겁니다.

학교와 경찰은 학폭위 등 제도를 통해 사건을 처리하고 가해자를 처벌합니다. 학폭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가해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처벌을 내리느냐에 관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해자가 센 처벌을 받으면 문제가 다 해결이 된거고, 그렇지 않다면 해결이 미진하다는 거죠.

하지만 학폭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입니다. 피해자가 온전히 바로 서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학폭 처리와 해결 과정이 피해자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학폭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반복했고 또 강조했습니다.

■ 관심과 공감, 따뜻한 말 한마디.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서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한 학생은 2만 5천여 명입니다.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학폭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의 양상은 더욱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마음을 파괴하는 사이버 폭력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폭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상황을 알아줄 '확실한 내 편'입니다. 누구의 편이 되어준다는 건,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게 시작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엔 내 편이 필요한 아이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연관 기사] [함께하는 세상, 그리고 사람] 학교폭력 10년이 지난 아픔, 여전한 슬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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