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한겨레] 심판 너머엔 삶이 있다…소년범들이 본 ‘소년심판’
2022/04/28   |   조회 :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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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너머엔 삶이 있다…소년범들이 본 ‘소년심판’

 

넷플릭스 <소년심판> 화제…소년범들 만나보니

범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가정 방치 속에 범죄

“처벌 당연” 후회…자신 이해하는 어른들에 변화 노력

“처벌 강화 논의에만 그쳐선 안돼…지원체계 고민해야” 

 

지난 1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에서 민준이(가명·19)가 게시판에 붙은 쪽지를 읽고 있다. 절도로 1호 보호처분을 받은 민준이는 지난해 5월부터 1호 소년보호시설인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김윤주 기자


“편의점에서 돈통 훔치려다가 바로 붙잡혀서 왔어요.”

지난 1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에서 만난 민준(19·모두 가명)은 1호 소년보호시설에 오게 된 계기를 묻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오토바이 신호 위반 사고로 입소해 11달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재영(20), 다른 사람의 카드를 주워서 쓰려다 2주 전 입소한 강우(19)도 과거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최근 소년보호재판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인기를 끌며 소년범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한겨레>는 실제 소년보호재판을 받은 이들을 만나 ‘심판 전후의 삶’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범죄자이자 동시에 가정의 학대 등에 노출된 피해자였다. 최근 높아지는 소년범 처벌 강화 여론에 수긍하면서도, 자신들이 ‘좋은 어른’이 되도록 격려하는 이들의 기대를 외면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총 피해금이 4400만원이고요. 봉고차 한 대, 승용차 두 대, 냉장고, 김치냉장고, 정수기가 탔어요. 사람은 안 다쳤어요.” 촉법소년(만 10살 이상~만 14살 미만)이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보육원 주변 비닐하우스에 불을 지른 강우는 당시 자신의 범죄로 벌어진 일을 줄줄이 읊었다. 분노조절장애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강우는 소년 의료보호시설(7호 처분)인 대전소년원에 1년간 수용됐다. 방화를 했을 당시 강우는 200명가량이 함께 지내는 보육원에 있었는데, 소년원에서 나온 이후엔 보육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각종 쉼터를 전전했다. “대전, 청주, 부산 단기쉼터에서 6달씩 있었고, 일주일씩 있는 일시쉼터는 수도권에 있는 곳은 거의 다 돌아다녔어요. 중학교 졸업은 간신히 했고, 고등학교는 3학년 때 결석이 많아서 퇴학당했어요.”

강우는 범죄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강우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서울의 한 위탁가정에 맡겨졌고, 그곳에서 ‘이모’로 불렀던 보호자와 그 가족들에게 수년간 학대당했다. “항상 창고에 절 가둬놨어요. 하루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고 창고에서 붕대로 손발을 묶고 손에 커피포트로 뜨거운 물을 부었어요. 그게 9살 때였는데, 그때 못 참아서 4층 창밖으로 뛰어내렸거든요. 1층 높이쯤 되는 시장 상가 지붕에 한 번 떨어진 다음에 바닥에 떨어져서 다행히 살았어요.” 강우는 자신의 손에 여전히 남아있는 화상 흔적을 내려다봤다. 당시 강우는 행인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고, 구청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았다. “목이랑 다리가 부러져서 3년 동안 철심을 이식했고, 영양실조도 있었어요. 아직 그 집 주소도 정확하게 기억하는데, 꼭 가야할 일이 있어도 그 근처는 피해요.” 

 

지난 1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에서 재영이(가명·20)가 대학생 봉사자(법무보호위원)들에게 검정고시 멘토링을 받고 있다. 김윤주 기자


민준이와 재영이의 범죄 뒤에도 가정의 방치가 자리 잡고 있다. 민준이는 친한 형에게 25만원을 빌렸는데, 편의점 돈통을 털어 갚으라는 압박에 ‘그냥 한 번 하고 벗어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말썽을 많이 피웠거든요. 자전거 절도도 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오토바이 절도도 세 번 해서 보호처분을 받았어요. 부모님이 이혼하고 저는 엄마랑 살고 있어요.” 재영이도 친구들과 어울리다 오토바이를 훔쳤고,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다 신호위반으로 1톤 트럭과 사고가 났다. 어머니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특별히 터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강우는 <소년심판>을 다보고, 나머지 둘은 유튜브로 주요 내용을 봤다. 이들은 드라마에서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대사가 가장 공감 갔다”(강우)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었다. “소년범죄만 생기면 온라인에서 소년범들이 욕먹는데, 다 업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그런 짓(절도)을 안 했으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을 텐데 후회가 많이 들어요.”(민준), “소년범들이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처벌을 해야 돼요.”(재영)

그럼에도 이들이 자신이 했던 일을 후회하고, 새로운 꿈을 갖도록 만든 것은 <소년심판>의 ‘차태주 판사’처럼 자신들을 이해하려 하고 손을 내밀어 준 어른들이었다. 강우는 소년원에 있을 당시 ‘담임쌤’이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제빵 체험을 하면서 열심히 만든 음식을 누군가 먹을 때의 보람을 느끼게 됐고, 한식조리사라는 꿈을 갖게 됐다. 재영이는 ‘오토바이 태워달라’는 이야기만 듣다가 대학생 봉사자 ‘형누나’들에게 ‘헬멧은 꼭 써라. 다치면 정말 큰일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진짜 나를 걱정해주는구나 싶어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거든요.”

소년범들을 오랜 보아온 김한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장은 “소년범죄의 충격적인 모습이 많이 비춰지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가정폭력이나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 아이는 당장 생존의 문제에 부딪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배웠어야 하는 것들을 시설에 와서야 처음으로 배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년범에 대한 분노나 표면적인 처벌 강화에 대한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범죄를 감소시키기 위해 어떤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 내 계단에 글귀가 적혀 있다. 김윤주 기자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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