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가톨릭평화신문]위기의 청소년과 4년… “그저 얘기 들어주죠”
2022/05/26   |   조회 : 135
첨부파일 :  

위기의 청소년과 4년… “그저 얘기 들어주죠”

청소년 주일 특집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 ‘서울A지T 버스’ 동행기

Home > 교구종합 > 일반기사

2022.05.29 발행 [1664호] 

▲ 서울A지T 소장 은성제(오른쪽 첫 번째) 신부와 상담사들이 A지T 버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고, 경청 후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 서울A지T(아지트) 소장 은성제 신부가 위기 청소년 사목 4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29일 청소년 주일을 맞아 서울A지T 버스에 동행했다.

5월 중순이지만 아직은 조금 차가운 바람이 불던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서울준법지원센터에 A지T 버스가 들어섰다. 오후 2시가 지나자 아이들이 한 명씩 버스에 올라탔다.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이다. 아이들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긴 또 어딜까’, ‘왜 여기 들어가야 하나’. 아이들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는 이내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이들은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A지T 버스는 12일부터 이곳에서 활동했다.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서 5시.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대답하기 곤란한 것을 묻는 일이다. 그저 아이들과 간식을 먹고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낼 뿐이다. 아이들을 찾아가되 그들이 스스로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오후 6시. 땅거미가 지면 A지T 버스는 수유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A지T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위기 청소년들을 만난다. 학생들 나이는 15~19살 사이. 여성가족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24살까지 관리하는데 이곳에는 20살이 넘은 아이들도 많다. “경제적인 이유든 정서적인 이유든 어쨌든 아이들은 무너진 가정공동체에서 아픔을 겪은 거죠.”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은 신부와 상담사들은 아이들과 밥을 먹고 대화하며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아이들이 닫은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진 않는다. 은 신부와 상담사들이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아이들이 되는 것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요. ‘너 여기 왜 왔어?’ 이런 이야기는 불편하잖아요.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해요. 들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이곳에서 만난 아이 중에는 1년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 아이도 있어요.”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원치 않는 임신, 성적 학대, 금전적인 사기를 당하는 경우 등이다. 자의든 타의든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은 신부의 고민은 깊어진다. “위기 청소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교 사목부 있을 때도 많이 봤는데 다만 위기 청소년이 10대의 나이에 그런 환경에 쉽게 노출된 것은 맞아요.” 은 신부는 성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교회 가르침을 따른다. 아이들에게 피임도구를 나눠주지 않는다거나 아이들이 낙태를 결정했을 때도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낙태한 아이들에 대해 지원은 한다. “낙태한 아이들은 돌봐줘야 해요. 낙태를 지원하는 것과 인격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잖아요.”

은 신부는 아이들이 성과 관련된 문제로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뻔한 이야기고 당연한 이야기인데 정책화되고 법제화돼야 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보다는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죠.”

은 신부가 거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지도 벌써 4년이 됐다. “4년 정도 되니까 열매들이 보이는 거 같아요.” 은 신부는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취업한 아이들이 돈 벌면 기부하겠다는 이야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보람이 있죠.” 아이들을 생각하는 은 신부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웃음이 번졌다.

“저도 버스 처음 할 때는 나가서 아이들 만나고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이 바뀌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그 어린 나이에 어른들도 해결하기 힘든 일들을 아이들이 겪고 해결해야 해요. 버스 동행이 아니라 손을 잡고 아이들과 동행하는 것이 필요해요.”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 은성제 신부와 아이들은 함께 걷는 중이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위기의 청소년과 4년… “그저 얘기 들어주죠” | 가톨릭평화신문 (cpbc.co.kr)

목록보기 삭제수정답글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