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170417 오마이뉴스_[헌법 쉽게 읽기 ⑩]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2017/05/18   |   조회 :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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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기다려야 입대... 대체복무제 안 할 이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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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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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군사정부는 병역기피자들을 철저히 단속했다. 병역거부로 징역을 살고 난 뒤에도 계속 영장을 발부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31년 만주를 점령하고 상하이와 남경을 침략하며 동아시아를 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전쟁은 예상과 달리 장기전으로 흘렀다. 일본이 인도차이나를 점령하고 동남아시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필리핀을 점령하고 있던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었다.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과의 갈등으로 더 많은 군사자원이 필요해진 일본은 본토와 식민지배 국가에서 광범위한 병력징집에 나섰다.

1939년 1월 일본에서 두 명의 특정 단체 소속 청년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투옥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에서도 같은 단체 소속 청년들의 병역거부가 이어졌다. 일본은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를 단행했다. 병역거부로 체포된 단체 구성원은 모두 38명이었다. 

규모가 작은 단체였기에 이는 구성원의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수였다. 투옥된 38명 중 5명은 옥사했고 나머지도 해방이 돼서야 출소할 수 있었다. 단체는 양심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한다. 정부기관이 편찬한 여러 독립운동사는 이를 일제 말기의 주요한 저항 중 하나로 등대사(燈臺社) 사건이라 기록하고 있다.

일제의 징집에 거부하고 옥살이를 해야 했던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단체였다. 등대사는 여호와의 증인을 뜻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병역거부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해방 후 이승만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야 국가와 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은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인인 박정희가 집권하자 다시 탄압받기 시작했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병역기피자들을 철저히 단속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일제 치하에서와 같이 옥살이를 해야 했다. 병역거부로 징역을 살고 나면 더 이상 입영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징역을 살고 나와도 계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때문에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병역을 거부하는 한 반복하여 감옥에 가야 했다. 심지어 병무청 직원들이 교도소 문 앞에서 기다렸다 출소하는 이에게 총을 쥐여주고 집총을 거부하면 즉시 재판에 회부하기까지 했다.

입영 뒤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무차별 폭행이 가해지기도 했다. 경남 거제 출신의 이춘길이라는 청년은 1976년 3월19일 39사단 헌병대에 입창 중 구타로 인한 비장 파열로 사망했다. 비슷한 시기 김종식이라는 청년도 집총을 거부하다가 논산훈련소에서 맞아 죽었다(한홍구, '여호와의 증인 앞에서 부끄럽다' 참조).

병역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하는 병무청, 양심의 자유 침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전쟁을 반대하기에 군복무 역시 반대한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군대 대신 교도소에 가는 것을 택한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아들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옥고를 치르기도 한다. 헌법 제39조는 군 복무를 신성한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헌법 제19조는 동시에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양심의 자유는 크게 내심의 자유인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양심실현의 자유'로 구분된다. 양심형성의 자유는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내심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유를, 양심실현의 자유는 형성된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고 양심에 따라 삶을 형성할 자유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양심을 표명하거나 또는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헌재 2004. 8. 26. 2002헌가1).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총을 잡도록 강요하는 것은 병역을 거부하는 그들의 양심을 외부에 표현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자신의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권리, 즉 양심표명의 자유 침해다. 

동시에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 침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병무청은 2016년 병역법을 개정하여 병역거부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16년 말 237명의 병역거부자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 중 160명 이상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를 강제로 공개시키는 것으로 심각한 양심의 자유 침해다.

일제가 대규모 징집을 실시한 것은 침략전쟁에 병력을 동원하기 위함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병역기피자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린 것은 군사주의 정권의 국가병영화라는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었다. 그렇다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오늘날, 아직도 수많은 국민들이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10월 1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무죄 선고받다

2016년 10월 18일 광주지방법원 항소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지방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가 선고된 사례는 있었지만 항소심으로는 최초였다. 

재판부는 "헌법은 조화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두 가치가 있을 때 한 가지만 인정하고 다른 하나는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 "2004년과 2007년에 시기상조를 이유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있었으나, 그 이후로 국제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UN은 병역거부자 투옥을 자의적 구금으로 규정하고 즉각 석방을 요구하였고, 외국은 병역거부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무죄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2011년 헌법재판소는 입영을 거부하다 구속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 이모씨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신청한 청구를 "대체복무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병력손실이 남북대치라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공익에 중대한 손실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 후 불과 5년만에 항소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그 사이 병력손실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주장 또한 근거를 잃었다. 근래에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입영대상자들이 너무 많아 군대를 가는데도 길게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특수병과로 입대하면 대기기간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주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병력자원이 부족하기는커녕 과잉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주장은 병역의무를 면제시켜달라는 것이 아니다. 양심적 이유로 군복무를 할 수 없으니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인 대체복무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군대에 가기위해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병력자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근거는 없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양심에는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아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까지 포괄한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지금도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국가가 개입해서는 아니 되는 내심적 자유에 의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들은 결국 감옥에 가야할 것이고 국가권력에 의하여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였다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도 정당성도 없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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