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170417 오마이뉴스_[헌법 쉽게 읽기 ⑪]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017/05/18   |   조회 :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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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왜 일요일 아닌 토요일에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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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20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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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될 예정이지만 예전에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사법시험은 1차부터 3차까지 총 3단계였다. 2차와 3차 시험은 전 단계 시험에 합격해야만 응시가 가능했다. 객관식인 1차 시험과 면접인 3차 시험은 하루 동안 치러졌지만 서술형인 2차 시험은 4일 동안이나 치러졌다. 관례적으로 1차 시험은 일요일에 치러졌고 2차 시험 역시 일요일을 포함해 일정이 잡혔다. 

2000년, 사법시험을 준비 중이던 위모씨는 일요일에 치러지는 사법시험 일정이 몹시 부당하다고 느껴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빡빡한 시험준비 일정에도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렸다. 당장 내일 시험을 본다고 해도 예배를 빼먹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1차 사법시험이 치러지는 날이 일요일이었다. 

법조인으로써의 미래를 꿈꾸며 오랫동안 준비해온 시험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일요일 예배를 거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법시험과 예배,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치를 두고 고민하던 그는 사법시험이 주일인 일요일에 치러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엄연히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 기독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의 주일인 일요일에 사법시험을 시행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사법시험 공고를 낸 행정자치부장관을 상대로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그의 신청을 기각했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 종교적 행위의 자유 그리고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로 구성된다. 신앙은 어떠한 종교에 대한 확신이다. 종교적 확신은 인간의 내면에서 이루어진다. 그 누구도 타인의 내면에서 작용하는 신앙을 간섭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신앙의 자유는 결코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자유다. 반면 종교적 행위의 자유와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는 사회작용을 수반하는 것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하다.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적극적으로는 종교적 확신에 따라 예배나 법회 같은 종교적 행위를 임의로 할 수 있는 자유와 소극적으로는 종교적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로 구성된다.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는 종교적 목적으로 같은 신자들이 집회를 하거나 종교단체를 결성할 자유를 뜻한다. 이는 인간의 내심이 아닌 사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절대적으로 보장할 경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 도서관에서 통성기도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따라서 질서유지나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을 통한 제한이 가능하다. 단 제한되는 종교의 자유가 본질적인 부분이어서는 안 되고 이를 제한함으로써 얻는 공공복리가 더욱 커야 한다는 비교형량을 충족해야 한다(헌재 2011. 12. 29. 2009헌마527).

위모씨가 기독교적 신념을 가진 것은 신앙의 자유다. 누구도 위모씨의 신앙에 대해 간섭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일요일에 예배를 보러 교회에 가는 것은 신앙의 자유가 아닌 종교적 행위의 자유다. 질서유지나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하다. 일요일은 공식 휴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시간을 내기 편리한 날이다. 학교도 일요일에는 수업이 없기 때문에 고사장을 확보하기도 수월하다. 만약 사법시험을 평일에 치른다면 직장을 다니는 수험생들은 휴가를 내야 하고 고사장으로 선정된 학교는 임시휴교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기독교 신도들은 52주(1년) 중 하루 예배를 거르거나 새벽이나 저녁 예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의 침해라고 볼수 없다. 물론 기독교 신도에게 주일 예배의 불참은 매우 큰 종교적 의무 위반이다. 하지만 국가가 교리상 의무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을 일요일에 치르는 것은 사회통념상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제한이며 이를 통해 국민 전체가 얻는 이득을 고려해 보아도 비례적으로 참을만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헌재 2001. 9. 27. 2000헌마159).

청구가 기각됨으로써 위모씨는 예배와 사법시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행정자치부가 그간의 관례를 깨고 사법시험을 토요일에 치르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소원 제기와 기독교의 항의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예배와 사법시험 일자가 겹치지 않게 되면서 문제는 쉽게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토요일 시험 고수한 행자부, 또다른 수험생 '울상'

개신교의 한 교파 중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라는 교단이 있다. 삼육식품이나 삼육대학 그리고 각 지역마다 있는 삼육어학원의 운영으로 더욱 유명한 교단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안식일은 토요일이었다. 사법시험일정을 일요일을 피해 토요일로 잡다 보니 이번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의 안식일과 겹치게 된 것이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입장에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신도들 중 사법시험을 준비 중이었던 이들은 예배를 드려야 하는 토요일 사법시험을 봐야하니 기독교인 위모씨와 똑같은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교인 중 한 명이었던 한모씨는 위모씨와 같은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이미 위모씨의 사례가 있어 기각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헌법소원 등을 통해 정부에 압박을 가하면 사법시험 일정을 변경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시 헌법재판소는 위모씨 사건과 같은 이유로 한모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법시험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

주5일제 근무가 보편화되었다고 해도 아직 토요일에 근무하는 일터가 다수 남아있었다. 엄밀히 휴일의 성격은 토요일 보다 일요일이 강하다. 고사장을 준비하기에도 전날이 휴일인 일요일이 토요일보다 용이했다. 여러 요건이 토요일보다 일요일에 시험을 치르는 것에 유리했다. 그럼에도 행정자치부는 토요일 시험을 고수했다. 일각에선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가 소수종파였기 때문에 거대종파인 기성 기독교회의 경우와 다르게 판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성 기독교회 중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를 이단이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안식일을 토요일로 여기는 것을 비롯하여 기성 기독교회와 다른 교리가 몇몇 있기 때문이다. 이단성 시비가 있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와 기성 기독교회를 다르게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선언할 뿐, 정통(Orthodoxy)과 이단(heresy)을 구분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소위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 소속된 종교만 개신교·불교·유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기타 민족종교 등 7개나 된다. 천주교나 원불교와 같이 하나의 종파로 구성된 종교도 있지만 개신교와 같은 경우는 수백 개 이상의 종파로 구성되어 그 규모조차 정확히 가늠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이단시비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단시비는 종교 내부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지 국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헌법은 종교들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 헌법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될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를 구분한다면 이는 헌법 스스로 종교의 자유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

행정자치부가 사법시험 일정을 변경한 것이 정말 기독교의 눈치를 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규모 시험을 치르기에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적합하고 어느 요일로 바꾸든 그에 따라 새로운 이해관계자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법시험에을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옮길 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 했다. 차라리 계속 일요일을 고수하는 것이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성 측면에서 바람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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