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170408_the L_김광민 변호사의 '청춘발광(靑春發光)'_청소년의 '정신질환' 이면에는 가정과 사회가
2017/05/18   |   조회 : 652
첨부파일 :  3_6_118.jpg 

'조현병' 소녀에게 살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나


**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없어졌다. 놀이터는 평화로웠고 뛰노는 아이들은 밝았다. 잠시 한 눈을 팔았겠거니 하던 부모의 마음은 점차 불안으로 바뀌었다. 이내 불안은 공포가 되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앳되어 보이는 소녀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순순히 소녀를 따라가는 아이, 그 때까지만 해도 부모는 단순한 해프닝이거니, 최악의 경우라도 돈을 노린 유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힘겹게 부여잡고 있던 부모의 손에서 야멸차게도 떨어져 나갔다. 아이는 한 아파트 옥상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사체는 훼손된 채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었다. 고작 8살이었다.

조현병·우울증 앓던 17살 소녀의 살인…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처벌할 수 있나


아이를 납치·살해한 범인은 조폭이나 흉악범이 아닌 17세 밖에 되지 않은 CCTV 속 소녀였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 전선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후 화장실에서 사체를 훼손했다. 17살 소녀가 한 범행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 소녀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 소녀가 조현병과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현병은 다소 낯선 질환이다. 정신분열증이라 불렸는데 2011년 조현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신분열증이란 명칭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었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2014년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남자 주인공이 앓던 병이다. 조현병을 앓던 조인성(남자주인공)은 애인인 공효진(여자주인공)의 극진한 사랑으로 병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결말을 현실에서 찾긴 어려운 것 같다.

소녀의 조현병은 여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처벌가능성이 논란의 핵심이 됐다. 몇몇 법률 전문가가 심신미약 또는 상실을 거론하며 처벌의 불가능 또는 감형을 언급하자 여론은 들끓었다. 잔인한 범죄자에게 조현병이라는 이유로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심지어 범죄내용에 비춰봤을 때 조현병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소녀의 병력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도 나왔다.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2014년 6살 된 아들의 수업을 위해 지역 복지관을 찾은 어머니는 눈앞에서 1살 아기의 죽을 목격해야 했다. 키 171㎝, 몸무게 111㎏ 거구의 남성이 느닷없이 아이를 데려갔다. 엄마는 아이를 돌려달라며 실랑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성은 아이를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9m 아래로 떨어진 아기는 죽었다. 백주대낮에 사람들로 붐비는 복지관에서 아기를 창밖으로 던진 이는 19살 소년이었다. 소년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2016년 대법원은 소년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년의 발달장애와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봤다. 소년은 평소 어린아이를 밀어 넘어뜨려 울리고는 그 소리 듣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아이를 창밖으로 던진 그 날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려 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다만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자신의 행동으로 야기된 결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충동조절능력이 저하돼 평소 행동 성향을 고려할 때 동일한 행위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며 치료감호처분을 하였다.
"심신장애 여부는 심판 과정에서 진위 밝혀야…심신장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될 수는 없다" 


2014년 사건을 고려해 본다면 아이를 납치·살해한 소녀도 무죄를 선고 받을 가능성이 있다. 소녀는 아이를 살해하던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다고 진술했다. 조현병에 의한 망각상태일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론의 모습을 고려해본다면 대중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일 것이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소녀가 조현병으로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벌할 수 없다. 형법이 심신장애인자를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범죄의 책임을 물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고의'로 그 일을 저질렀어야 한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발생한 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다만 성폭력사범들이 하나 같이 술에 취했다고 주장하여 감형을 받아 사회적 공분을 샀던 것과 같이 심신미약 주장의 남용이 우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심판의 과정에서 진위를 밝혀야 할 문제이지 심신장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될 수는 없다. 

아이를 창밖으로 던진 이는 발달장애를 가졌고 납치·살해한 이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둘 다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한다. 더욱이 그들은 청소년이었다. 청소년은 성장기에 있는 자로 성인에 비해 상황판단능력 등이 떨어질 수 있다.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성인에게 묻는 것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청소년의 행동 이면에는 부모와 사회 영향이 있다. 청소년의 잘못은 가정과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

청소년에게 온전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능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소년재판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이 제 탓입니다"고 울먹이는 부모들을 볼 수 있다. 아직 완전한 자아를 형성하기 전 단계인 청소년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는 한다. 청소년의 행동 이면에는 부모와 사회의 영향이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잘못은 청소년, 가정,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 청소년에게 온전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세계 1위다. 자살은 청소년 사망원인 1위이기도 하다. 자살과 정신적 문제 사이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에 이론을 제기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2013년 민주당 이목희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학령기(7~19세) 청소년 1077만명 중 29만9033명이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7~19세 100명당 2.8명꼴이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100명 중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3.1명, 경기 2.9명 순이었다. 특히 이른바 부자동네라 알려진 서울 송파구(4.8%), 강남구(4.6%) 경기 성남시 분당구(4.6%)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자동네 청소년들의 정신질환 비율이 높은 것은 학업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지역이 모두 높은 학구열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청소년들이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다. 심지어 그들의 정신 건강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청소년들이 온전한 정신건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게 만든 것은 우리 사회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조현병을 앓던 소녀에게 살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목록보기 삭제수정답글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