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170518 오마이뉴스_[헌법 쉽게 읽기 18]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는
2017/06/05   |   조회 :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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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룸싸롱' 고발한 기자는 왜 징역 1년 선고 받았나


 군대
▲  군대
ⓒ pixabay 

헌법 제27조 제2항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

충청남도 계룡시 신도안면에는 계룡대라는 군사시설이 있다. 육군·해군·공군의 본부가 모여 있는 통합기지다. 1989년 7월 육군본부와 공군본부가 이전한 후 1993년 6월 해군본부가 이전하면서 3군 통합기지가 되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모두 모여 있는 곳으로 고위직 군인들이 대거 근무하고 있다. 그러한 만큼 규모와 시설도 상당한데, 총 900만 평의 면적에 군사시설 외 백화점, 은행, 병원, 골프장 등 각종 복지·편의시설들이 입주해 있다. 이 외에도 군 간부들을 위한 특수한 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여성 접대부들을 고용하여 운영하는 주점, 룸살롱이 그것이다.

계룡대는 설립 초기인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7년 동안이나 룸살롱을 운영해 왔다.  여느 룸살롱과 마찬가지로 여성 접대부들이 남성 고객들을 응대해왔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계룡대에 거주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여성 접대부들은 출퇴근을 했는데 매일 저녁 주점 사장의 차를 타고 대전 등 인근에서 계룡대에 들어와 영업을 하고 다음 날 다시 계룡대를 빠져나갔다. 룸살롱은 많을 때는 3개까지 운영되었고 2007년 당시에는 2개가 운영되고 있었다.

계룡대가 룸살롱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MBC 김세의 기자의 단독보도에 의해서다. 2007년, 김 기자는 계룡대가 룸살롱을 운영한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군대에서 민간인 접대부를 고용해 룸살롱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취재의 필요성을 느낀 김 기자는 계룡대 룸살롱을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군 시설에 대한 취재권을 높은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었다. 민간인 신분인 김 기자가 계룡대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사 들어간다 해도 룸살롱은 군 간부들의 출입만 허용되었다.

김 기자는 공군 중위로 계룡대에 근무 중인 후배를 통해 출입증을 구할 수 있었다. 출입증을 구한 김 기자는 계룡대에 들어갈 수 있었고 룸살롱을 취재했다. 카메라에는 군 장성들이 룸살롱에 들어가는 모습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모습, 그들을 접대한 여성들의 증언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보도가 나가자 국방부는 발칵 뒤집혔다. 계룡대는 즉각 룸살롱을 폐쇄했다. 계룡대 룸살롱 문제는 국방부와 계룡대의 즉각적인 조치로 마무리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군 검찰이 김 기자를 초소침범죄와 군사기밀유출죄 혐의로 입건한 것이다(관련 기사).

군 검찰은 김 기자를 1년가량 수사한 후 기소했다. 헌법 제27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민간인에 대한 군사재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군형법은 민간인이 군형법을 적용받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초소침범죄는 그중 하나다(군형법 제1조 제4항). 때문에 초소침범죄라는 군형법이 적용된 김 기자는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

수사는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했지만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후 2시에 시작된 공판은 중간 휴정시간을 가지고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선고까지 이루어졌다 모든 재판 과정이 1시간 남짓 만에 끝난 것이다. 법원은 김 기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기자는 항소했지만 고등군사법원 역시 유죄를 선고했다. 김 기자는 상고했다.

군 비리 폭로했는데, 군에서 재판받는다? 

군사법원은 지방법원(1심)에 해당하는 보통군사법원과 고등법원(2심)에 해당하는 고등군사법원으로 구성된다. 상고심(3심) 법원은 설치되어있지 않아 대법원에서 심리를 한다. 때문에 김 기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대법원 역시 김 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은 확정됐다.

군사법원은 일반 법원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판사와 검사가 모두 군법무관 중 선발된다는 것이다. 판사는 사법부에 소속되고 검사는 법무부에 소속되어 상호 견제의 기능을 가지는 일반 재판과 달리 군사법원의 판사와 검사는 소속이 동일한 것이다. 군 검사와 판사 간 상호 견제가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군법무관은 군인 신분으로 군의 지휘를 받는다. 그리고 군사법원에는 군 사령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담당하는 관할관 제도가 있다. 관할관에게는 선고된 형량을 직권으로 감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법원의 판결을 사령관이나 국방부장관이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군사법원의 특이성은 전시라는 특수한 상황을 대비하여 명령체계가 중시되는 군대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군사법원의 특이성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군사법원이 군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유지될 수 있어왔다. 그러나 일반인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큰 문제가 있다. 김 기자의 경우 자신이 비리를 폭로한 대상인 군의 지배 하에 있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충분히 제기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일반 법원인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심과 2심을 군사법원에서 심판받아도 권리침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2심에서 판단한 사실관계에 기반하여 법률문제에 대해서만 심판하는 법률심이다. 사건의 사실관계는 1심과 2심에서 판단된다. 형사재판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김 기자는 사실관계의 다툼을 모두 군사법원에서 받아야 했던 것이다.

김 기자에 대한 군사법원의 사실관계 파악에는 많은 문제점이 보였다. 군 검찰이 1년이나 수사했던 사건의 내용을 군사법원은 한 시간 남짓의 공판 시간 동안 모두 끝내버렸다. 1시간의 공판은 군 검찰이 1년이나 수사한 사실관계를 따지기에 충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실관계가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기에 이를 바탕으로 심리한 대법원의 판단도 공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군 시설에 타인의 출입증을 사용하여 무단으로 출입한 김 기자의 행동이 명백한 초소침범행위이기 때문에 군사법원에서의 재판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은 군 시설에 대한 취재권을 거의 보장해 주지 않고 있다. 특히 계룡대와 같이 고위 군인들이 근무하는 곳은 더욱 그렇다. 물론 국가 안보와 밀접히 관련된 시설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룸살롱은 안보시설도 기밀시설도 아닌 주점일 뿐이다.

군이라는 거대 권력이 17년 동안 영내에서 룸살롱을 운영했다. 외부에서 민간인 접대부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취재권은 철저히 배제됐다. 언론에게는 권력이 저지르는 비리를 밝혀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언론의 취재권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김세의 기자의 계룡대 취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정당한 취재권의 행사였다.

헌법 제27조 제2항이 군사법원이 일반인을 심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일반인이 군에 대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군대라는 특수성에 기반한 재판이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럼에도 안보시설도 군사시설도 아닌 룸살롱에 잠입하여 취재하였다는 이유로 현직기자를 군형법인 초소침범죄를 적용하여 기소하고 실형을 선고한 군 검찰과 법원의 행위는 군대의 언론 길들이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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